시[詩]어게인- 1
#무겁게 더 무겁게
몇 년 전부터 치과에서 수차례 신경치료 후 보존을 위한 보철치료까지, 일단 시작하면 한 계절이 꼬박 걸리는 일을 되풀이하곤 했어요. 딱딱한 걸 많이 먹냐는 의사의 질문을 받았지만 글쎄...너무 오래, 많이 먹고 살았기 때문이겠지요.
실제 통증보다는, 취약한 자세로 버티면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유난히 힘든 건지 모릅니다. 아무튼 그 시간에 나는 우습게도(?) 언젠가 책에서 본 노인의 유언을 떠올리곤 했어요. 가슴에 무거운 바위를 올려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고문을 받던 중,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무겁게, 더 무겁게’였죠.
나이가 든다는 건 투쟁이 아니라 대학살이라는 것, 필립 로스가 그의 소설 ‘에브리맨’에서 한 말입니다. 정말 그런지, 노년에 서서히 발을 들이는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오늘의 시는 황동규님의 ‘진한 노을’. 노시인이 주는 마지막 한 줄이 가슴에 닿네요.
황동규 시인은 나의 어머니 연배인데 시 하나하나가 고결한 노년을 잘 보여줍니다. '시간의 뭇매를 더 맞고 가겠다'('나팔꽃에게' 중)는 말, '바람 세게 불 때 젊은 나무들보다 비명 덜 지르는''말수 적은 늙은 나무'('가파른 가을날' 중) 의 바람을 담은 말...
이런 싯구들이야말로 고통 앞에 서있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어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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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노을
황동규
태안 앞바다를 꽉 채운 노을,
진하고 진하다.
몸 놀리고 싶어 하는 섬들과 일렁이려는 바다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진하다.
배 한 척 검은색으로 지나가고
물새 몇 펄럭이며 흰색으로 빠져나온다.
노을의 절창,
생애의 마지막 화면 가득 노을을 칠하던 마크 로스코*가
이제 더 할 게 없어! 붓 던지고
손목동맥에 면도날 올려놓는 순간이다.
잠깐, 아직 손목 긋지 마시게.
그 화면 속엔 내 노을도 들어 있네.
이제 더 할 말 없어! 붓 꺾으려는 나의 마음을
몇 번이고 고쳐먹게 한 진한 노을이네.
*Mark Rothko 라트비아 출신 미국 화가. 자살하기 전 그의 마지막 그림은 화면 전체가 노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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