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3
나의 죽음을 마중해 주는 것들
신경림 시인이 말하는 죽음에는
젊은 시절의 경험치와 확연히 다른
진실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 죽음의 실체는 선명하지 않았어요.
노년이 성큼 다가오니
이는 번잡하고도 현실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임을 느낍니다.
나의 죽음 이후 혼자 남을 아들에게 준비를 시키는 것이 우선이더군요.
연명의료와 안락사 등의 주제를 조심스레 던져보고 있습니다.
나의 선택에 대한 아들의 답변,
“엄마가 말린다고 안 할 사람이야? 맘대로 해요!”
아들은 훗날 엄마의 유골을 자신의 거실에 두겠다고 합니다.
속으로 ‘네가 꽤나 그러겠다’ 싶으면서도 조금 신경 쓰이네요.
그러나 아들의 말에 함께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요.
“엄마 사후는 본인 의사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니 쓸데없이 신경쓰지 말아요!”
신경림 시인이 낙타를 타고 가겠다는 말,
그건 세상사를 사막의 모래바람에 묻고 가겠다는 거죠.
그렇게 우리의 죽음이 해와 달과 별의 마중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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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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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 조지아 오키프는 미국의 뛰어난 현대 화가입니다. 꽃과 사막의 화가라고 불리죠. 그의 작품 중 ‘달을 향한 사다리’는 완벽하게 압도적이에요. 청록빛 하늘, 황금색 사다리, 그 끝에 희미하게 걸린 달, 맨 아래 낮게 깔린 검은 산. 이렇게 꿈 같은 죽음이라면 온몸으로 껴안을 수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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