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시[詩]어게인- 4 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디토1 2024. 2. 19. 23:05

[]어게인- 4

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상에서 분리되어 영원히 잊혀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그런데 묘하게도 이 두려움을 다루는 데에 과학이 영감을 줍니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말입니다.

존재는 환상이며 관계만이 실재한다

우주는 사물이 아닌 사건의 집합이다

그는 서기 2~3세기 경 인도철학의 초석을 놓은

나가르주나의 사상을 소개합니다.

‘‘라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광대하고 서로 연결된 현상들의 집합일 뿐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자립적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겁니다.

 

이문재 시인은 혼자와 그 적들이라는 시에서

이러한 진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죽음 이후에도 세상 밖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혼자가 아니거든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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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와 그 적들

 

 

                              이문재

 

 

 

혼자 살아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시끄러웠다

없는 사람 없던 사람

매번 곁에 와 있었다

혼자 마시는 술도 시끌벅적

고마운 분들

고마워서 미안한 분들

생각할수록 고약해지는 놈들

그 결정적 장면들이 부르지 않았는데

다들 와서 왁자지껄했다 저희들끼리

서로 잘못한 게 없다며 치고받기도 했다

혼자 있어보니

혼자는 사실 불가능했다

나는 나 아닌 것으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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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태길, ‘축제. 길동무162.2x97.0cm, Oil on canvas

출처:https://www.artifexgallery.kr/ama-artist/tae-gil-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