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시[詩]어게인- 2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디토1 2024. 2. 14. 22:58

시[詩]어게인- 2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이어령의 짧은 시는 자식의 죽음을 날것 그대로 전해줍니다.

읽다 보면 묘한 위안을 느끼게 돼요.

격렬한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얄궂은 안도감.

 

딸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본래부터 깊이를 모를 아득한 슬픔을 담고 있었어요.

어린 딸을 데리고 간 여행지에서 문인들과 늦은밤 술자리의 열띤 토론을 하던 중,

잠을 재워놓고 온 딸이 생각나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왔을 땐 이미 늦었죠.

홀로 깬 딸아이가 밤바다 앞 모래사장을 헤매며 목이 메이게 아빠를 불렀던 일화.

그 새카만 바닷가 하늘 아래 작은 점 같았던 어린 아이가 느꼈을 공포와 아픔을,

그는 거듭 재생해서 느낍니다.

죄책감. 미래라는 존재를 지켜주지 못했던.

정작 아이는 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요.
그럼에도 유난히
섬세하고 예민한 그의 심장은 수도 없이 전율했을 겁니다.

 

이 시에서 말하는 부활을 종교적인 의미에만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많은 부모는 앞서 간 자식을 위해 깃발을 세우고 싶어합니다.

세월호에서 이태원에서 노동현장에서 숨져간 어린, 젊은 자식들을 아직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그렇습니다.

깃발이 곧 내 자식의 목숨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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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깃발

 

 

                 이어령

 

 

네가 없는 세상

나는 아무데고 간다

성난 코뿔소처럼

무한궤도를 단 장갑차처럼

나는 아무데고 간다

 

그러다 어디 지쳐 쓰러진 언덕에

내 서러움의 말뚝을 박고

거기 네 찢긴 깃발을 세우겠다

아름답고 찬란한 목숨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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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독일의 예술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 속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고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자식의 죽음을 얼싸안은 모습입니다. 콜비츠 자신이 1, 2차 대전에서 아들과 손자의 죽음을 겪었기 때문에 작품 속에 스며든 그의 고통이 생생합니다. 

생명이 빠져나간 아들의 몸을, 다시 낳아주고 싶은 어미의 본능... 아니 그 이상의 형언할 길 없는 아픔입니다.

 
<베를린의 '전쟁과 독재 희생자 추모센터'(노이에바헤)에 전시돼 있는 피에타상, 케테 콜비츠, 위키미디어 코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