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6
놀라운 삶과 죽음
거대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의 정신은 약해지기도 하지만 극히 예민한 촉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세상 만물 중 보이지 않던 미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새겨집니다.
깊은 상실을 겪고 쓰러져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벼랑 끝에 이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지요.
한 발만 내딛으면 내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나는 죽음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임종 순간 무언가를 응시하며
‘Oh, wow! Oh, wow!'라 거듭 외쳤다고 하지요.
보통은 임종순간에 의식이 명료할 수 없다는 게 의학의 정설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내 아버지의 임종 순간, 그 또렷했던 눈빛을 기억하거든요.
--------------------------------------
떨림
류시화
손가락을 못에 찔리거나 칼에 베이면
그 순간 손가락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존재가 깊이 상처 입어
날개가 부러지거나
심장에 금이 갈 때
너는 비로소
너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울대를 다쳐 바람으로 대신 우는 울새처럼
차갑고 고독한 행성 가장자리에서
별똥별 빗금으로
금 간 곳 꿰매며
다시 삶에 놀라워하며
-----------------------------------
그림: 화가 오지호는 ‘그늘에도 빛이 있다’고 했답니다. ‘남향집’은 매우 특이한 구도를 가졌어요. 나무와 그림자가 중앙을 가득 채우고 있죠. 그림자의 빛깔을 보세요. 청보라빛!
깊은 고통 속에 있을 때, 그 고통이 드리운 그림자가 실은 희망의 빛을 싣고 있다는 역설. 화가는 그림 중앙을 가르는 나무와 그림자를 통해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네요.

'시[詩]어게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詩]어게인- 8 이것이 위로의 말인가 (0) | 2024.03.06 |
|---|---|
| 시[詩]어게인- 7 존엄사의 의미 (1) | 2024.03.02 |
| 시[詩]어게인- 5 생사는 한몸 (0) | 2024.02.22 |
| 시[詩]어게인- 4 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0) | 2024.02.19 |
| 시[詩]어게인- 3 나의 죽음을 마중해 주는 것들 (0) | 202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