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시[詩]어게인- 6 놀라운 삶과 죽음

디토1 2024. 2. 26. 21:03

[]어게인- 6

놀라운 삶과 죽음

 

 

거대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의 정신은 약해지기도 하지만 극히 예민한 촉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세상 만물 중 보이지 않던 미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새겨집니다.

깊은 상실을 겪고 쓰러져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벼랑 끝에 이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지요.

한 발만 내딛으면 내게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나는 죽음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임종 순간 무언가를 응시하며

‘Oh, wow! Oh, wow!'라 거듭 외쳤다고 하지요.

보통은 임종순간에 의식이 명료할 수 없다는 게 의학의 정설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내 아버지의 임종 순간, 그 또렷했던 눈빛을 기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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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류시화

 

 

 

손가락을 못에 찔리거나 칼에 베이면

그 순간 손가락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존재가 깊이 상처 입어

날개가 부러지거나

심장에 금이 갈 때

너는 비로소

너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울대를 다쳐 바람으로 대신 우는 울새처럼

차갑고 고독한 행성 가장자리에서

별똥별 빗금으로

금 간 곳 꿰매며

다시 삶에 놀라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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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화가 오지호는 그늘에도 빛이 있다고 했답니다. ‘남향집은 매우 특이한 구도를 가졌어요. 나무와 그림자가 중앙을 가득 채우고 있죠. 그림자의 빛깔을 보세요. 청보라빛!

깊은 고통 속에 있을 때, 그 고통이 드리운 그림자가 실은 희망의 빛을 싣고 있다는 역설. 화가는 그림 중앙을 가르는 나무와 그림자를 통해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네요.

 

<오지호, 남향집,  1939년작, 캔버스에 유채, 80x65㎝/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출처:https://www.sedaily.com/NewsView/1RWTO5OC3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