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시[詩]어게인- 7 존엄사의 의미

디토1 2024. 3. 2. 16:25

[]어게인- 7

존엄사의 의미

 

불교에서 고승이 앉거나 선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좌탈입망(坐脫立亡)이라고 합니다.

법력이 높은 스님들에게 가능한 일로

역사적 기록이 꽤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존엄사란 무엇인가요?

사실 중립적이지도 엄밀하지도 않은 이 명칭 탓에

혼란이 많습니다.

최후의 임종기에 다다랐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

임종기는 아니지만 불가역적 상태에 있는 환자의 인공영양관을 제거하는 것,

말기 환자에게 의사조력 사망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을

모두 아울러 존엄사라는 말을 혼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 스콧 니어링은

버몬트 주의 숲속에서 자급자족하면서

100세가 되는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곡기를 끊으며 세상을 떠납니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평온한 죽음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자연스런 죽음에 들기를 원할 때

그가 속한 사회는 어떤 매뉴얼을 갖고 있어야 할까요?

안락사 논쟁은 이에 대한 첨예한 이론들이 맞부딪치는 현장입니다.

 

나의 과분한 소망일 수 있겠지만

김사인의 시에 나오는 개처럼

고요하게 죽고 싶습니다.

 

*링크: 4년 전, 친척집 반려견의 죽음에 대해 투고한 글->

[기고] 펫로스, ‘고작'이라 말하지 않기를 / 정은주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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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탈(坐脫)

 

                                         김사인

 

 

때가 되자

그는 가만히 곡기를 끊었다.

물만 조금씩 마시며 속을 비웠다.

깊은 묵상에 들었다.

불필요한 살들이 내리자

눈빛과 피부가 투명해졌다.

하루 한번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천천히 집 주변을 걸었다.

가끔 한자리에 오래 서 있기도 했다.

먼 데를 보는 듯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저녁볕 기우는 초겨울 날을 골라

고요히 몸을 벗었다 신음 한번 없이

갔다.

 

벗어둔 몸이 이미 정갈했으므로

아무것도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개의 몸으로 그는 세상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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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뉴질랜드 바닷가에서 반려견 마루와 나의 조카. 늙은 개와 젊은 주인의 몸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