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어게인

시[詩]어게인- 15 신부님, 제게 안수기도를

디토1 2024. 5. 20. 22:20

[]어게인- 15 신부님, 제게 안수기도를

 

 

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

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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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팔순이 넘은 신부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위해

댁으로 향했습니다.

노환으로 오래 병상에 계셨고 최근 들어 섬망증상도 나타나

하루빨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야 했습니다.

 

빗속을 뚫고 운전하며

부디 신부님의 의식이 명료하길 빌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직계가족 없이 갑자기 임종기에 들어선다면

연명의료를 유보할 수 없어 난감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 들어서니 봉사자와 요양보호사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신부님은 정말 전형적인 성직자의 외모에

다정한 미소를 지닌 분이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으니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저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몇 번을 권하셨습니다.

 

설명을 다 들으시고,

멋지게 서명까지 마친 신부님은

다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봉사자와 요양보호사님도 의향서 등록에 동참하셨어요.

 

돌아오는 길,

신부님으로부터 상상 속 안수기도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분에게서 전해진 기운은

역설적으로 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었습니다.

 

천상병 시인이 죽은 나무를 본 후,

푸른 하늘까지 가지를 뻗는 나무 꿈을

꾼 것처럼요.

 

천상병 시인 고택  ( 출처 : 서울신문 )